국내외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 및 제도 비교: 한국, 미국, EU 중심

 

디지털 유산이 개인의 삶에서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각국은 디지털 자산의 상속 및 사후 처리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입법 수준, 정의, 절차가 상이하여 국제적인 표준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과 제도를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1. 한국의 디지털 유산 법률 현황

한국은 아직까지 '디지털 유산'을 명시적으로 정의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민법상 상속 규정은 존재하지만, 온라인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은 플랫폼 약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 민법 제1005조: 상속 개시와 범위 정의 (물리적 재산 위주)
• 정보통신망법: 사후 계정 삭제 요청 근거 제공
• 디지털 상속 특별법: 현재 발의 논의 단계 (2025년 기준)

실무적으로는 가족이 사망자의 이메일, 클라우드, SNS 계정에 접근하려 해도 플랫폼의 정책이 우선 적용되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습니다.

2. 미국: RUFADAA 법률의 도입

미국은 2015년 통일디지털자산접근법(RUFADAA, 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를 채택하여 디지털 유산을 제도화한 대표 국가입니다.

• 48개 주 이상에서 채택 (2025년 기준)
• 상속인이 유언장 또는 법원의 명령으로 디지털 자산 접근 권한을 가질 수 있음
• 이메일, 클라우드, SNS, 가상화폐 등 대부분 포함
• 플랫폼 제공자가 명확한 '사전 동의' 없이는 일부 제한 가능

RUFADAA는 소유자-플랫폼-상속인 간 권한 충돌을 조정해주는 법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상속 법률

유럽연합은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기반으로 디지털 유산 접근을 규제하고 있으며, 개별 국가들이 상속권 확대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 프랑스: 2016년 디지털 유산 법제화, 상속인의 계정 접근 보장
• 독일: 독일 연방대법원 판결로 페이스북 계정 상속 인정
• GDPR: 사후에도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적용

EU는 전반적으로 유산 접근권과 프라이버시 보호의 균형을 중시합니다.

4. 국가별 디지털 유산 법률 비교 요약

국가	법률 유무	적용 범위	특징
🇰🇷 대한민국	❌ 없음 (민법 일반 상속 적용)	불명확	플랫폼 약관 우선, 실무 혼란
🇺🇸 미국	✅ RUFADAA 도입	이메일, 클라우드, 암호화폐 등	법원 허가로 상속 가능
🇪🇺 유럽연합	✅ 국가별 도입	SNS, 이메일, 저장 데이터 등	GDPR과 충돌 가능성 있음

5. 주요 쟁점 및 과제

• 프라이버시 vs 상속권: 고인의 사생활 보호와 가족의 유산 권리 충돌
• 플랫폼별 대응 차이: 구글, 애플, 메타 등 각기 다른 처리 정책
• 법률 부재로 인한 법적 공백: 유언장에도 효력 제한 가능성 존재

6. 향후 한국의 입법 방향은?

2024년 이후 국내에서도 디지털 유산 관련 법안이 일부 논의되었으며, 2025년 기준으로 복수의 의원 입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디지털 자산 정의 및 분류 명확화
• 상속인에게 계정 접근 허용 기준 명시
• 플랫폼의 의무 고지 및 처리 절차 도입

실효성 있는 입법이 이뤄질 경우, 디지털 상속의 혼란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7. 마무리: 글로벌 기준 정립이 필요한 시점

디지털 유산은 이미 중요한 상속 자산이 되었지만, 법률적 기반은 아직 국가별로 제각각입니다. 글로벌 플랫폼의 정책과 각국 법률 사이의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며, 사용자는 이에 대비해 사전 설정 및 유언장 작성을 통해 스스로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디지털 유산 관리에 유용한 도구들(패스워드 매니저, 계정 정리 툴 등)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